마음에 '새기라'는 명령

#QT #길잡이 #묵상

말씀의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암송’

필자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시와 시조를 좋아했다. 그중 좋아하는 몇 편은 암송했다. 수십년 전 외운 것인데 지금도 가끔 떠올리면 입술에서 흘러나온다. 완전하게 기억하지는 못해도, 어렴풋하게나마 재생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암송의 질긴 생명력에 놀란다. 더 중요한 것은 암송한 시와 시조들이 내 감성의 자양분으로 자리 잡았고, 글을 쓸 때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암송만큼 평생 유익한 습관이 또 있을까 싶다.


by.
박관수(구영교회 담임 목사)ㅣQT길잡이

마음에 ‘새기라’는 명령​

 많은 사람이 현대의 학교 교육에 대해 조금은 폄하하는 어조로 ‘암기 교육’이라 평가한다. 좀 더 창의적인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은 공감한다. 하지만 암기는 학습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내용 숙지가 안 되면 창의성과 토론과 융합은 나올 수 없다. 지금 과학 기술 문명이 최고조로 발달했다고 하지만, 정신문명은 과거에 더 수준 높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과거 동서양의 학습 방법은 암기였다. 과거에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천자문과 사서삼경을 암기해 책 한 권을 통째로 머리에 집어넣었다. 서양에서도 마찬가지다. 위대한 현인들의 시와 산문을 암송하고 그것을 토대로 작문을 하는 것이 과거의 학습법이었다. 그런 학습법을 토대로 위대한 사상과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렇듯 암기는 내가 흡수한 것을 내 속에 저장하는 효과적 방법이다

  하나님은 성도들에게 성경을 단순히 읽기만 할 것이 아니라 ‘새기라’고 명령하셨다. 신명기 6장 6절에서 명령하는 ‘새기라’는 “말씀을 너의존재에 가득 채워서 흘러넘치게 하라.”라는 의미다. 말씀이 바로 우리 존재 그 자체가 되게 하라는 뜻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성경 말씀을 승용차 안에나 책상 위에 두지 않고 ‘우리 마음’에 두길 원하신다(시 119:11). 그럴 때 머리와 가슴에 저장된 그 말씀이 우리를 죄로부터 보호해 주고, 우리 마음을 하나님께 향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말씀을 마음 판에 아로새기는 것은 날마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비결이며, 우리 생각이 하나님으로부터 떠나지 않는 길이다. 그렇게 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성경 암송이다.

계승해야 할 신앙전통​

 구약성경 전통을 이어받은 정통파 유대인들은 4세 때부터 아이들에게 성경을 외우게 해서, 14세 성인식을 할 때 모세 오경 5,852구절을 암송시킨다. 유대인들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신앙 선배들도 성경 암송을 신앙생활의 필수 요소로 삼았다. 우리나라 선교 초창기에 와서 선교하던 미국 선교사 데밍(C. S. Deming)이 본국에 보낸 선교 보고서를 보면, 그가 우리나라 성도들의 성경 암송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창기 한국 성도들은 부흥 사경회 기간에도 집회 시간 외에 개인 시간에는 성경을 암송하곤 했다. 책 한 권을 통째로 암기하기 위해 주야로 소리 내어 읽는 선비들의 관습이 자연스럽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한국 교회는 복음이 갓 전해진 어린 교회였지만, 그러한 암송 습관으로 인해 신앙이 급속도로 자라나서 세계 교회사에서 유례 없는 성장을 이룬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성도들 사이에서는 성경을 암송하는 습관이 약화된 것이 사실이다. 성경의 의미를 깊이 묵상하기 위해서는 주야로 소리 내어 읊조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주야로 말씀을 읊조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말씀이 암기될 수밖에 없다. 성경 암송 자체를 목표로 암기하는 것도 좋지만, 날마다 QT 본문을 부지런히 반복해 읊조리다 보면 100%는 아닐지라도 영혼에 거룩한 흔적을 남기는 암기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번 달 실천 사항은 다음과 같다. 당일 QT 본문 전체든, 아니면 그중 마음에 와닿는 한두 구절이든 부지런히 입술로 읊조려서 잠들기 전까지 암기해 보자. 수십 번 입술로 읊조리면 완전하게 암기하지는 못할지라도 다음 날에 어느 정도 떠오를 만큼은 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루에 한두 구절이라도 머리에 저장하면 그 말씀이 내 영혼을 살리는 생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