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T #길잡이 #묵상
영어 회화를 배울 때 우리는 "How are you?", "Good morning!" 같은 문장들을 처음으로 익힌다. 외국인들이 한국말을 배울 때는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같은 말들을 우선적으로 익힐 것이다. 그런데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특별히 배우지 않았는데도 입에 붙는 말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빨리, 빨리"라고 한다. 주위의 한국인들로부터 자주 들어서다. "빨리, 빨리"는 어느덧 한국인을 특징짓는 말이 되었다.
by. 박관수(구영교회 담임 목사)ㅣQT길잡이
천천히 반복하며 음미하기
그런 점에서 한국 교회 성도 대다수가 가장 몸에 익히기 어려운 습관이 QT하는 습관이다. 왜냐하면 QT는 본질상 ‘빨리, 빨리’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QT는 ‘빨리, 빨리’가 아니라 ‘느리게, 느리게’가 특징이다. QT식 성경 읽기는 속독이 아니라 정독이어야 한다. 본문을 천천히, 꼼꼼하게 읽는 것이 QT를 위한 성경 읽기의 정석이다. 그러므로 QT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성경 본문을 읽을 때 어떤 속도로 읽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재 읽는 속도보다 더 속도를 늦추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
구약학자 엘런 데이비스는 “성경을 통해 하나님과 관계를 맺는 비법이 있다면, 책장을 천천히 넘기는 일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QT의 목적이 하나님과의 사귐(교제)이라면, 본문을 빨리빨리 읽어 치우지 않고 천천히 읽으면서 본문 속에 담긴 하나님의 마음을 음미하는 것이 옳다. 본문을 천천히 읽기 위해서는 ‘낭독’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 눈으로만 읽다 보면 평소에 다른 책을 읽는 습관대로 속도가 빨라지기 쉽다. 하지만 소리 내어 읽다 보면 평소보다 읽는 속도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낭독식으로 읽되 워낙 성격이 급해서 빠른 속도로 읽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습관이 있는 사람들은 더 의식적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들이고 힘을 주어서 읽는 연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 번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할 수 있다면 여러 번 읽는 것이 좋다. 읽으면 읽을수록 본문의 의미는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삼국지」 위략(魏略) 편에 ‘독서백편 의자현’이라는 말이 있다. “뜻이 어려운 글도 되풀이해서 읽다 보면 그 뜻을 깨우칠 수 있다.”라는 의미다. 성경은 다른 어떤 책보다 어려운 책일 수 있지만 천천히 반복해서 읽는 사람에게는 그 뜻을 깨우치도록 성령님이 도와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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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가 배가되는 성경 본문 필사
성경 본문을 더 천천히 읽으면서 음미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은 ‘본문 베껴 쓰기’다.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이 성경 필사를 한다. 필자의 작은어머님은 평생 식당 일을 하셔서 류머티즘성 관절염이 심했는데, 성경 전체를 3년에 걸쳐 필사하셨다. 참 힘들었지만 필사하고 나니 오히려 건강이 좋아졌다는 간증을 하셨다.
성경 필사는 하나님 말씀 한 글자 한 글자에 집중하게 만든다. 본문을 베껴 쓰다 보면 글자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지 않을 수 없고, 그러다 보면 이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단어나 표현이 새롭게 다가온다. 슬쩍 읽고 지나쳤던 구절을 옮겨 쓰면서 나도 모르게 그 의미가 이해되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좀 더 진지하게 QT를 하고 싶은 경우, 그날 QT 본문을 노트에 베껴 쓰면 좋을 것이다.
본문 전체를 옮겨 적는 것이 힘들다면, 가장 와닿는 한두 구절만 필사하는 것도 유익하다. 좀 더 면밀하게 본문의 줄거리를 정리하고 의미를 파악하고 싶다면, 그냥 베끼지 말고 성경 본문을 나의 말로 번역한다고 가정하면서 풀어서 적어 보는 것도 좋다. 내가 평소 쓰는 문장으로 본문을 풀어서 써 본다면, 본문 구절이 수천 년 전의 말씀이 아니라 지금 나에게 하나님이 하시는 말씀으로 들릴 것이다.
이번 달에는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QT 본문을 10번 낭독하되 좀 더 천천히, 좀 더 뜻을 음미하며 읽어 보길 권한다. 그리고 QT본문 필사하기를 추천한다. 필사도 하면서 본문 낭독도 한다면, 그리고 이전보다 좀 더 천천히, 꼼꼼히 읽기 위해 주의를 기울인다면, 본문의 의미가 어느 때보다 더 살아서 내 심령에 와닿는 은혜를 맛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