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골목 끝으로 걸어갔다면

prologue 2026년 10월호 만약에 골목 끝으로 걸어갔다면 글 서진아

가끔 길을 걷다가 낯선 골목 앞에서 발걸음을 멈출 때가 있습니다. 이 길로 들어가면 어디가 나올까 싶은 궁금증을 안고서요. 물론 대부분은 들어가지 않습니다. 약속 시간에 늦을 수도 있고, 길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지나치고 나면, 그 골목 끝에 펼쳐졌을지 모를 멋진 풍광을 놓친 것 같아 아쉬움이 오래 남습니다. 우리 삶에도 그런 길이 몇 개쯤 있지 않을까요? 그때 그 학교에 갔더라면, 그 사람과 결혼했더라면, 그 제안을 받아들였더라면…. 한 번쯤 다른 길로 들어섰다면 지금의 나는 더 멋진 풍경을 바라보고 있을까요?

 

‘What if?’(만약에)라는 질문은 아쉬움을 머금은 만큼 꽤 위험해 보이기도 합니다. 지나간 시간을 붙들고 후회하게 만들고, 살아 보지 않은 삶을 지금의 삶보다 아름답게 포장하기도 합니다. 가지 않은 길에는 늘 햇살이 비치고, 하지 않은 선택에는 후회가 없을 것만 같습니다. 그런 안타까움과 절절한 바람을 담은 제목의 시집이 그래서 그렇게 날개 돋친 듯 팔렸던 건 아닐까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그러나 우리는 그 길의 끝을 알지 못합니다. 지금의 나는 수많은 선택과 우연, 만남과 이별, 성공과 실패가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때 다르게 선택했더라면”이라는 질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시간이 결국 나를 어디로 데려왔는지를 돌아보는 일이 아닐는지요.

 

이번 달 「빛과소금」은 몇 개의 지나간 갈림길 앞에 다시 서 보려 합니다. ‘만약에’라는 질문으로 다른 인생을 부러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걸어온 이 길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나간 길은 바꿀 수 없지만, 그 길 위에 남겨진 은혜의 흔적은 다시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혹시 지금 마음속에 오래된 ‘만약에’ 하나를 품고 있다면, 그 문장을 조금 다르게 끝맺어 보면 어떨까요.

 

“주께서 함께하지 않으셨더라면, 오늘 나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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