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나 어디에나 계신 하나님은 지금껏 여러 방법을 통해 복음을 보여 주시고 알려 주셨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그 도구가 되어 직접 온 세계를 누비며 말로 복음을 전해왔고, 어떤 사람들은 그림이나 소설로, 전문 지식으로, 또 자기 자리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삶으로 하나님을 전합니다. ‘sena 편집부’도 글과 인쇄된 종이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죠. 그리고 읽는 것과 듣는 것보다 보는 것에 더 반응하는 지금 세대에게는 ‘영상’이 탁월한 전도의 도구가 됩니다. 하지만 워낙 화려하고 자극적인 영상과 영화, 드라마 작품이 넘쳐나는 현실 속에서 복음을 담은 영상은 소외되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예수님의 생애를 담은 애니메이션 영화가, 그것도 알게 모르게 은근슬쩍 전하는 것도 아니고 아예 대놓고 이야기하는 작품이 초대박 흥행작이 되어, 예수님을 믿지 않는 사람까지도 구름떼같이 불러 모았다는 사실! 말이 안 되지만, 주어에 ‘하나님’을 넣으면 말이 되는 그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 정도면, 감히 이 작품을 (종이는 아니지만) ‘영상 전도지’라 불러야겠습니다.
대박! ‘The King of Kings’
대박 사건의 소식은 지난 4월에 들려왔습니다. 한국 제작진이 만든 ‘K-애니메이션’이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소식, 게다가 그 영화가 예수님의 생애를 다룬 ‘종교 영화’라는 소식이 말이죠. 아직 한국에서는 개봉도 하지 않아 호기심만 무성했던 이 작품은, 미국에서 개봉 17일 만에 영화 <기생충>의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며 ‘한국 영화 역사상 북미에서 가장 흥행한 영화’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습니다. 아직 기독교 콘텐츠가 활발히 소비되고 있는 미국이니 기독교인들의 화력이 한몫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깐깐하게 작품을 평가하기로 유명한 미국의 ‘시네마 스코어’에서 A+등급, *‘로튼토마토 팝콘지수’ 98%,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수익 6,000만 달러를 돌파한 대기록은 이 영화가 기독교인들만의 영화가 아니라 모두를 품는, 웰메이드 대중 영화임을 말해줍니다.
(*로튼토마토 팝콘지수 : 일반 관람객의 만족도를 수치로 나타낸 평가 지표)
‘VFX(특수시각효과) 대가’가 만든, 뻔하지 않은 예수님 이야기
영화 ‘늑대소년’, ‘해운대’ 등 굵직한 작품들의 시각효과를 담당하며 특수시각효과의 대가로 알려진 장성호 감독은, 언젠가 예수님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종교 이야기가 환영받지 못하는 데다,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용’이라는 인식이 강해 먹힐 것 같지 않았죠. 그래서 기독교 정서가 깔려 있고, ‘디즈니’, ‘픽사’ 등 애니메이션 제작이 활발한 북미 시장을 처음부터 목표로 삼았습니다. 문제는 시나리오. 모두가 다 아는 예수님 이야기로는 울림이 없을 거라 고민한 그는 ‘차라리 좋은 원작을 각색해 보자’ 생각하고, 이야기가 될 만한 작품을 찾아 헤맸습니다. 그때 눈에 띈 것이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찰스 디킨스’의 <예수의 생애(The life of our Lord)>. 아빠인 디킨스가 어린 자녀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쓴 예수님의 이야기입니다. 예수님이 세상에 오셔서 죽으시고 부활하시기까지의 여정을 동화처럼 풀어낸 그 작품을 보았을 때, 그는 ‘이거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그의 손에서 버무려지기 시작한 ‘예수의 생애’는, 디킨스가 말썽꾸러기 막내아들에게 예수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2천 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킹 오브 킹스’의 어드벤처 판타지로 재탄생했습니다.
1년, 2년, 3년 … 어쩌다 10년
영화 제작은 곧 자본과의 싸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인 데다 종교 이야기를 하겠다는 그의 기획은 영화 투자자들에게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죠. 당연히 투자를 제안할 때마다 ‘이게 되겠냐’, ‘이런 걸 왜 하냐’는 반응이 따랐습니다. 할 수 없이 운영하던 회사의 지분을 포기하고, 그렇게 생긴 돈을 모두 영화 제작에 투자했습니다. 지인들을 만나 투자를 부탁하고, 도움이 될 만한 사람들을 찾아다녔습니다. 200억 투자를 약속받고 일을 진행했는데 하루아침에 엎어지고, 믿었던 사람들이 돌아서고 작업이 중단되기를 수십 번. 오죽하면 영화를 제작하면서 에너지의 90%는 돈 구하는 데 썼다고 할 만큼 고난에, 고난에, 고난이 더해지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포기할까 싶으면 문을 조금 여셔서 다시 시작하게 하시고, 넘어졌다 싶으면 작은 희망으로 일어서게 하시는 일이 반복되는 사이에, 그는 깎이고 깎여 오롯이 하나님만 의지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3년, 길어야 5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작업이 10년이나 걸렸지만, 그 시간은 ‘내 힘, 내 방법을 다 내려놓고 하나님만 의지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배우는 훈련의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시나리오 속에 내가 있었다
성경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풀어내면서 본 열두 제자의 모습은, 그저 세상 욕망에 사로잡혀 예수님을 앞에 두고도 그분이 왜 오셨는지 알지 못하는 ‘오합지졸’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예수님의 부활을 경험하고 성령을 받은 뒤에는 완전히 달라졌죠. 모세도 비슷합니다. 이집트의 왕자였다가 도망자 신세가 되어 “저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라고 고백할 만큼 완전히 낮아졌을 때, 하나님은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라”시며 이스라엘을 이끌 리더로 그를 사용하십니다. 이 모든 이야기 속에서 장성호 감독은 자기 자신을 보았습니다. ‘예수님은 오합지졸 열두 제자처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던 나를 차근차근 이끄시고, 모세처럼 금 가고 깨진 그릇 같은 나를 도구로 사용하셔서 이 작품을 끝내 완성하게 하셨구나.’ 이것을 깨닫는 순간, 그는 지금껏 다른 사람이 고백할 때는 크게 와닿지 않았던 그 말을 자기 입으로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걸 주님이 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연결해 주신 인맥
영화 ‘킹 오브 킹스’가 유명세를 탄 데에는 영화계 최고의 인력들이 제작과 더빙에 참여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일단 더빙 라인업이 엄청납니다. 해외판은 케네스 브래너, 오스카 아이삭, 우마 서먼 같은 헐리우드 대스타들이, 한국판은 이병헌, 진선규, 이하늬, 양동근, 차인표 등 굵직한 연기자들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나같이 시나리오를 보고 예수님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여서, 혹은 영화의 선한 가치에 매료되어 함께한 사람들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혹시라도 시나리오에 신학적으로 오류가 있진 않을까 고민하던 그에게 영화 제작 내내 국내와 해외의 목사, 신학자들이 자문단으로 함께 뛰어주었습니다. 밤낮 없이 틈만 나면 연락해 물어보고 확인하며 괴롭혀도 흔쾌히 함께 고민해 주신 분들, 그리고 끝을 알 수 없지만 기도로 지원해 주시던 분들을 떠올리며, 그는 ‘모두가 하나님이 연결해 주신 인맥’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영상 전도지, 내용은 ‘사랑’
예수님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부활까지. 사복음서의 내용만 해도 성경 한 장 당 영화 한 편씩 나오고도 남았을 내용들입니다. 그런데 그 모든 서사를 95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담아내야 한다니, 그 고민이 얼마나 깊었을까요? 하지만 그는 고민 끝에 기준을 하나 세웠습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성경을 첫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한 단어로 압축한다면 뭘까요. 당연히 ‘사랑’이죠.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신, 예수님을 희생해서라도 우리를 구하려 하신 그 사랑. 무엇을 넣고 뺄지 많이 고민했지만, ‘사랑’을 기준으로 두니 정리가 됐어요. 저는 영화를 보는 사람들 마음에 그 사랑이 작은 씨앗으로 심어져서, 삶의 어느 순간에 영화에서 보았던 그 사랑을, 그리고 예수님을 떠올릴 수 있게 되었으면 해요.”
크리스천들은 물론이고 예수님을 잘 몰랐거나 오해했던 사람들에게까지 그 사랑이 퍼지고 퍼졌던 북미에서의 기적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이 영상전도지는 올해 90개국에 개봉되어, 영화를 보는 사람들 마음에 ‘예수 그리스도’라는 작은 씨앗을 심을 예정입니다.
글│한경진 기자
사진│한치문 기자, 모팩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