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얀 눈밭에 누워 있는 예수님과 나, 흐드러게 핀 벚꽃 길을 걸으며 예수님과 셀피를 찍는 나, 독서실에 앉아 소곤소곤 예수님과 대화하는 나, 한적한 해변에서 예수님과 함께 여유를 즐기는 나, 노을 지는 저녁에 캠핑장에서 예수님의 기타 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나…. 예수님과 함께하는 일상을 몽글몽글하게 담아낸 올해의 sena 표지 그림은 과연 누구의 작품인지 궁금하지 않나요? 드디어 그분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취재│한경진 기자 · 사진│정화영 기자
와~ 올해 sena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표지 작가님을 인터뷰 코너에 소개하게 되다니, 참 의미가 있네요. 올해 sena와 함께해 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저도 감사하네요. 작년에 sena의 연락을 받았을 때가 생각나요. 한동안 제 그림을 상품으로 만들어서 ‘라이크 노 아더’라는 크리스천 소품샵을 운영하다가, 육아와 직장에 전념하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내려놓은 상태였는데요. 인스타그램 운영도 1년 넘게 손을 놓고 지내던 어느 날, sena 팀에서 연락을 주셔서 되게 놀랐어요.
그런 상황이셨다니, 오히려 저희의 눈에 띄어 주셔서 감사하네요. sena와의 표지 작업 때문에라도 오랜만에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되신 거군요?
맞아요. 그래서 sena 작업이 참 감사했어요. 사실, 이 작업이 아니면 지난 1년 동안 그림을 아예 손에서 놓았을 거예요.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sena 작업 덕분에 저도 한 달에 한 번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 거죠. 하나님께서 쓰고자 하시면 이렇게 전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도 부르신다는 걸 새삼 경험하게 됐어요.
올해 sena 표지 콘셉트가 ‘예수님과 함께하는 일상’이었어요. 계절에 맞게, 상황에 맞게 야외에서 실내까지 다양한 작품을 그려 주셨는데요.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작가님만의 포인트가 있었을까요?
처음에 그 주제를 받고 나서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 예수님이 함께해 주시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펼쳐 가시는 일상에 우리가 있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거였어요. 우리는 평소에 “예수님이 너와 함께 하셔”라는 말을 많이 해요. 예수님이 우리 삶에 늘 함께해 주시기를 바라기도 하고요. 그런데, 사실 그것은 너무 쉽게 무너지는 소망일 수 있어요. 우리가 필요한 순간에만 그분을 바라고, 또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그분을 의심하게 될 테니까요. 우리 예수님은 나의 일상에서 순간순간 필요한 분이 아니에요. 오히려 예수님께서 펼치시는 일상, 하나님의 나라를 완성하시려는 예수님의 계획 안에 내가 있어야 하죠. 내가 잘되든 못되든, 어디에서 무얼하든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그런 것들을 다 떠나서, 내가 예수 그리스도의 뜻과 역사에 함께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정말 중요한 포인트네요. 그런 고민들을 그림으로 어떻게 담아내려 하셨는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전체 일러스트에서 예수님과 나의 모습은 아주 작지만, 자세히 보시면 예수님에게서 크고 작은 액션들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어깨동무를 해주시거나, 어딘가를 보도록 가리키시거나, 말을 걸고 계시거나, 예수님께서 지켜보시는 곳에서 자유롭게 물놀이를 하는 등의 모습들이죠. 그리고 제가 sena 작업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이 9월호의 캠핑 장면인데요. 그 장면에서도 일부러 예수님께서 기타를 들고 계시게 했어요. 우리는, 우리가 기타를 연주하면서 예수님을 찬양하는 것에 더 익숙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예수님께서 연주하시고 그에 맞춰 노래하는 우리를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멋진 해석이네요. 이 표지 작품을 통해서 우리 독자들이 예수님을 어떤 분으로 느꼈으면 하셨나요?
당연히 ‘예수님은 사랑이시다’ 라는 메시지가 늘 가장 우선이에요. 하지만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정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소망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아닐까 해요. 사실, 제가 지금은 직장 생활을 하고 있지만 몇 해 전까지는 전도사로 교회 청년부를 담당했어요. 당시에 청년부 사역을 하면서 청년들의 삶을 지켜봤는데,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나 ‘나는 그리스도인입니다’라는 정체성을 지켜내기 위해서 많이 힘겨워하며 살아가더라고요. 어쩌면 우리는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구별되고, 조심하고, 애써 선을 그으며 무거운 책임감을 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요. 정말 우리가 세상에 보여주어야 할 메시지는 ‘나는 그리스도인입니다’보다는 ‘예수가 그리스도이며, 소망이시다’라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부어주신 사랑, 또 약속하신 말씀과, 이루시겠다고 선포하신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 삶의 가장 큰 의미이자 이유가 된다면, 힘겹게 애쓰지 않아도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과 섬김의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살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청소년 친구들도 예수님이 그렇게 삶의 가장 큰 의미이자 이유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스도인으로서 작가님의 삶도 궁금해지네요. 그림 작가이셨고, 전도사이셨고, 지금은 직장인이신, 조금은 남다른 일상들을 살아오신 것 같아요.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목사’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늘 강단에 서 있는 제 모습을 상상했고, 학교에서도 장래희망을 적어서 내라고 하면 늘 목사라고 썼던 기억이 나요. 아버지가 선교사님이시지만, 제가 중학생이 되어서야 태국에서 선교 사역을 시작하셨는데, 저는 이미 그 전부터 이유도 모르게 목사가 되고 싶었죠. 동시에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했어요. 어릴 때 엄마에게 “나중에 그림 그리는 목사님이 되고 싶어”라고 자주 말했대요. 실제로 태국에서 지낼 때, 제가 그린 그림으로 달력이나 핸드폰 케이스 등을 만들어서 한국에서 주문 제작한 후에 태국의 교회들과 친구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는데요. 그랬던 것이 결국 ‘라이크 노 아더’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청소년기에는, 대학 진학을 앞두고 조금 고민을 했었어요. 어차피 신학대학원에 갈 예정이니, 대학은 하고 싶은 공부를 해 보고 싶더라고요. 그 고민을 아버지와도 나누었는데, 제 생각을 지지해 주셔서 결국 디자인 대학에 진학하게 됐어요.
바로 신학을 하지 않고, 디자인을 전공하신 게 개인적으로 좋은 선택이셨나요?
그렇다고 생각해요. 신학에만 갇혀있지 않고 여러 경험을 했다 보니, 사역하면서 청년들의 고충과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사정 상 교회 사역을 잠시 내려놓고 직장 생활을 하게 됐는데요. 놀라운 것은, 하나님께서 저를 거기서도 사역자로 여기신다는 걸 느껴요. 지금 제가 다니는 회사는 무척 무미건조하고 이성적일 것 같은 게임개발사인데, 그곳에 은근히 하나님과 교회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분들이 많더라고요. 제가 전도사였다는 것을 대부분 알고 계셔서인지, 저를 만나면 질문을 많이들 하세요. 그럴 때마다 하나님은, 기독교인은, 교회는 이러이러하고, 우리는 이러이러한 것을 믿는다고 말씀드리죠. 신기하게도 교회에서만큼이나 하나님과 성경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나누는 듯해요.
하나님께서 다양한 길로 인도하고 계신 것 같아요. 작가님은 하나님 앞에서 어떤 사람이고 싶으신가요?
성경은 우리를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이라고 말해요. 그런데 또 한 편으로 ‘벌레 같은, 먼지 같은 존재’라고도 표현하죠. 이렇게 먼지 같은 내가,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을 위해서 쓰임 받는다면 그게 얼마나 값진 인생일까요? 하나님께서 저를 사용하시는 방법이 엄청나게 대단한 일들이 아니더라도, 아주 작고 티 나지 않는 일이어도 충분히 감사하며 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저의 가장 큰 목표는 당장 제가 만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과 사랑을 베푸는 거예요. 그것이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을 섬기는 일이니까요.
내년에도 sena 표지 작업을 함께하게 되실 텐데요.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작가님의 삶과 묵상이 표지에도 잘 담기고,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기를 저희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