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력함을 느끼며 겪는 허무함, 혼자 덩그러니 놓이는 외로움, 기대하던 일이 수포가 되는 좌절,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자식의 아픔을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고통. 하나하나가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의 고난이다. 그런데 하나도 아닌, 이 모든 고난을 겪고도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고 기쁨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이 모든 고난에도 하나님을 떠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특별한 사람이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선하신 하나님께서 응답하실 거라는 믿음으로 하루하루 쌓아올린 기도 때문이었다.
취재│엄예지 기자 · 사진│한치문 기자
부푼 꿈을 안고 도전한 싱가포르행, 좌절의 한가운데서 주님을 만나다
그는 모태신앙이지만, 청소년기를 지날 때까지도 하나님을 어렴풋이 알던 평범한 크리스천이었다. 그런 그가 하나님을 처음 만난 것은 싱가포르에서였다. 한국에 있을 때 근무하던 호텔에서 열린 ‘인재양성프로그램’에 참가해, 쟁쟁한 유학파들을 제치고 우승을 하면서 싱가포르에 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열정을 가지고 떠난 싱가포르에서 그는 좌절을 경험하고 말았다.
당시 일하게 된 싱가포르 호텔의 사정으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잘 되려고 떠났는데 싱가포르에서 직장을 잃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 눈앞이 캄캄하던 그때, 그는 한국에서 다니던 교회에서 마침 시작한 40일 새벽기도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영상으로나마 매일 참석했다. 그리고 정말 다락방에서 기도하듯 하나님께 울며불며 간구했다. 직장을 가질 수 있게 해달라고. 근데 이게 웬 걸! 정말 기적과 같이 직업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새로 오픈 하는 호텔의 총주방장으로. 그는 한국에서 일할 당시 주임 정도의 직급이라 총주방장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고, 영어가 특출 나지도 않았기에 그 자리에 가게 된 것은 정말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합격 통보를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총주방장이 되고, 성공 대로를 달릴 것만 같았던 그의 인생에 또다시 고난이 드리웠다. 가뜩이나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데, 외국인들을 상대로, 그것도 처음 해보는 총주방장 역할을 맡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는 매일 언어와 소통에 대한 압박 속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책임자로서 그럴 수 없었던 그에게 예배는 큰 위로이자 탈출구가 되었다. 이전에는 의무적으로 출석하던 예배의 자리가 이제는 너무 간절했다. 주일날 교회에 가면 눈물을 잔뜩 쏟아낸 후에, 자신의 모든 문제를 하나님께 맡기고 돌아왔다.
그렇게 기도가 쌓여가던 어느 날, 그는 하나님의 음성을 느낄 수 있었다. “걱정 말고 그냥 거기 있어. 내가 거기에 널 보낸 거니까. 너 혼자 먼저 걱정하니 조바심 나고 무너지고 그러는 거야. 그러니 이제는 너를 보낸 나를 믿고 좀 더 여유를 가져.” 그는 하나님께서 이미 그를 업고 가시는 중인데 괜히 걱정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 그 후로 혼자 감당하게 두시지 않으실 하나님을 믿기 시작하자, 사람을 보내셔서 그를 도우시는 하나님의 일하심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번은 그의 부하직원이 그에게 뜬금없이 대화를 요청하더니 총주방장의 역할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었고, 그렇게 그는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총주방장으로서의 경험을 쌓아갔다. 이 경험은 그가 한국에 돌아와 다시 호텔에서 일을 할 때에도, 사업을 시작할 때도 큰 밑천이 되었다.
청와대 수석 셰프가 되기까지
그는 싱가포르에 가기 전까지 일했던 한국 호텔의 솔깃한 제안으로 다시 한국행을 결심했다. 싱가포르 호텔에서 총주방장을 맡으며 여러 경험을 쌓은 그를 호텔 측에서 좋게 보고, 새로 오픈 할 6성급 호텔의 총주방장 직을 제안한 것이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그런데 또다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호텔 계약이 무산되면서 호텔 오픈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오로지 그 일을 위해 싱가포르에서 건너온 그였기에, 그 소식은 정말 큰 절망이었다. 하지만 갈 곳을 잃은 그에게 하나님은 또다시 사람을 보내주셨다. 싱가포르에서 일할 당시 호텔에 잠시 묵었던 한국 리조트의 관계자들이 그를 기억하고 스카우트 제의를 한 것이다. 싱가포르의 고급 호텔에서 서울도 아닌, 외곽에 있는 리조트로 가야 했지만 그 일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기존 셰프들과 직원들의 ‘텃새’라는 고난이 있었다. 그는 또다시 눈물과 간절함으로 하나님께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피할 길을 달라고.
얼마 후, 또 한 사람이 그를 찾아왔다. 그를 한국으로 부른 사람이었다. 싱가포르에서 잘 지내던 그를 한국으로 데려와 외곽에서 일하게 한 것이 마음 쓰였던 그분은 그에게 청와대에서 셰프를 구하니 지원해 보라고 권유했다. 하나님께 피할 길을 달라고 기도를 했더니, 갑자기 청와대 셰프라는 길을 열어주시다니! 하지만 그 길은 기대보다 부담이 더 컸다. ‘내가 될 수 있을까’, ‘정말 하나님이 주신 기회가 맞을까’, ‘그냥 타이밍 좋게 얻어걸린 일인가’ 이런저런 생각에 불안함이 쌓여갔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그에게 ‘일단 최선을 다해 도전하되, 안 되면 그 일은 하나님의 뜻이 아닌 것이고, 되면 하나님께서 되게 하신 거다. 하나님은 주관자이시니 최선을 다하되 실수를 하더라도 하나님의 뜻이라면 되게 하실 거다.’하는 마음을 주셨고, 그는 두려움 대신 담대함으로 도전하기로 했다. 그 준비 과정은 놀라웠다. 하나님께서 계속해서 돕는 자를 붙여주셨고, 그가 싱가포르에서 온몸으로 힘겹게 겪은 훈련도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그렇게 그는 이름난 유명 셰프들을 이기고 결국 청와대 셰프가 되었다.
그 어떤 고난보다도 힘겨운 고난이 덮쳐 와도
그는 ‘산전수전을 다 겪는다’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많은 고난을 겪어왔고, 그 과정을 하나님과 함께 이겨왔다. 마음에 굳은살이 박여 단단해질 만큼 단단해진 그를 어렵게 할 고난이란 더 이상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번엔 전혀 다른 차원의 고난이 찾아왔다. 그의 사랑하는 아들이 암에 걸린 것이다. 그것도 치료가 어렵다는 ‘골육종암’.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이나 치료를 거듭하는 사이, 다리를 절단까지 했지만, 암은 네 번이나 재발했다. 그때 그는 하나님께 물었다. “하나님 저 시험하시는 거예요? 우리 아들 다리를 어디까지 잘라야 하나요? 하나님이 저 시험하시는 것 같아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그는 하나님을 원망하지는 않았다. 커다란 두려움과 슬픔 사이에 아주 작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있으시겠지’라는. 그는 욥처럼 울어도 하나님 앞에서 울며 끊임없이 기도했다. 새벽예배도 더 열심히 다니며 하나님께 더욱 매달렸다. 하나님이 들으신다는 것을 믿기 때문에, 하나님은 선하신 분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그의 아들이 물었다. “왜 나만 아파야 해? 친구들은 다 안 아픈데 왜 나만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해?”. 그는 마음이 먹먹해지고 머리는 새하얘졌다. 그 짧은 순간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 하나님께 도움을 청했다. 그리고는 대답했다. “하나님은 선하시고 너를 사랑하시는 분이야. 그래서 너에게 절대 나쁜 걸 주시지 않아. 하나님은 이 일을 통해서 너를 회복시키시고, 역전시키실 거야”라고. 그리고 덧붙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하나님을 100% 믿어보자. 애매하게 믿지 말고 100% 믿어보자.”라고. 그렇게 아빠와 아들은 함께 노력했고, 믿음으로 힘든 과정을 견뎌낸 끝에 아들은 꿈이었던 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가 되었다. 하나님의 선하심을 다시 한번 경험하고 그 기쁨으로 또다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게 된 순간이었다.
천지를 지으신 선하신 하나님
그에게 하나님은 ‘천지를 지으신, 그를 도우시는 하나님’이시다. 물론 고난을 겪는 당시에는 삶이 무너지는 것처럼 힘들었지만, 이 고난의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선하심과 전능하심을 경험했고, 이제는 어떤 상황에서든 기도할 수 있는 믿음이 쌓였기에 가능한 고백이었다.
그는 요리를 할 수 있게 하신 것도, 청와대 셰프라는 명성을 허락하신 것도 하나님이심을 고백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하나님께 쓰임 받는 사람이길 소망하는 마음으로 ‘티제이버거앤파스타’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단순히 음식을 만들고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그처럼 아직 무얼 할지 몰라 헤매는 청년들, 요리를 시작해 보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청년들이 기술과 경영을 배워서 스스로 독립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최종 목표는 아니다. 그는 아직도 하나님의 계획을 기대하며 그분이 쓰실 자리, 자신을 사용하실 자리를 여전히 찾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