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하기
가을이 깊어지면 나무들은
자신의 자리를 지킨 채
저마다 다른 빛깔로 물들어
갑니다.
어떤 나무는 붉게 물들고,
어떤 나무는 노랗게 물들며,
어떤 나무는 소리 없이
마지막 잎을 내려놓습니다.
모양도 색깔도 다르지만
함께 가을을 이루어 갑니다.
믿음의 공동체도
그렇지 않을까요?
이에 제비 뽑아 피차에
차등이 없이 나누었으니…
차등이 없다는 말씀
이시대 우린 많이 배웟다고
또 경험이 많다고,,
차등을 두고 선별을 하는데..
하나님 앞에는 높고 낮음이
없고 순서와 세력의 차별도
없다는 이 한마디가
내 교만한 가슴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돌아보면 나는 평생을 살며
얼마나 많은 차등을 두고
살아왔는지 모릅니다.
세상은 늘 남보다 앞서나가는
삶을 성공이라 부르고
뒤처지는 것을 은근히
두려워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니그 세속의 수치표가
하나님의 거룩한 성전 문
앞에서도 슬그머니 내 마음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교회에서,
혹은 삶의 터전에서 봉사할 때
나는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
은연중에 남들이 알아주는
자리를 바라지는 않았던가?
내가 흘린 땀방울과 걸어온
세월을 은근히 알아주기를
바라는 공로 의식이 내 안에
짙게 깔려 있지는 않았던가?
오늘 말씀 속 제사장들은
제비뽑기 항아리 앞에 섰습니다.
수가 두 배나 많았던 기득권
가문도 수가 적었던 가문도
자신의 세력이나 자질을
다투지 않았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주권 앞에
모든 것을 맡겼습니다.
첫 번째 순서로 뽑힌 이나
가장 마지막 스물네 번째
순서로 뽑힌 이나 그 표정에는
차이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몇 번째냐가 아니라,
내가 주님의 성전을 섬기는
거룩한 직분을 받았다는
그 사실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장자의 족장이나 그의
아우의 족장이 다름이 없더라
마지막의 이 구절은
신앙의 연륜이 깊다고 해서,
세상에서의 경험이 많다고 해서
은근히 대접받기를 원했던
우리의 모습을 부끄럽게합니다
하나님의 뜻은 내 고집이나
파벌의 이익을 관철하는
명분이 아닙니다.
제비뽑기의 핵심은 제도의
형식이 아니라 내 사심을 내려
놓고 주님의 주권 앞에 복종하는
거룩한 질서에 있었습니다.
요즘 세상을 보면,
또한 우리의 모습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많은 이들이 손해 보지 않고
편하게만 신앙생활을 하려
직분을 사양합니다.
그러면서도 내 자신에 맡겨진
직무는 제대로 감당하지 않은 채
남의 행동을 비방하고 평가
하는 데는 참 빠릅니다.
그러나 오늘 주님은
내게 나지막이 물으십니다.
너는 남을 비판하기 전에
네게 맡겨진 직무의 자리를
신실하게 지키고 있느냐?
남을 도우려면
먼저 내게 맡겨진 일부터
잘 감당해야 합니다.
남을 비판하는 입술을 닫고,
내가 선 사명의 자리를
성실함으로 채울 때
비로소 공동체 안에
아름다운 열매가 맺히기
시작합니다.
누구나 세상의 무대 앞에
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하나님이
맡겨주신 사명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인생의 수많은 파도를 지나오며,
몸에 남은 암 수술의 흔적과
가슴에 묻은 아픔들을 가만히
쓸어내려 봅니다.
그 모든 시련을 넘어
오늘 내가 숨 쉬며 주님을
묵상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하나님이 내게 던져주신
은혜의 제비뽑기였습니다.
내가 잘나서.,,.
부름받은 것이 아닙니다.
순전히 주님의 은혜입니다.
주님,
오늘 남을 향했던 손가락질을
거두고 내게 주신 작은 직무의
자리를 돌아봅니다.
남의 충성을 눈으로 쫓지 않게
하시고 내 손과 발이 머무는
사명의 자리에서 오직 주님의
뜻만을 앞세우는 충성된 일꾼이
되게 하소서.
스물네 번째 마지막
반열이면 어떻습니까?
아무도 보지 않는 구석이라도
주님의 이름을 부르며 기쁨으로
순종할 수 있다면 그것이
내 인생의 가장 큰 영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