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을 자주 한다. 그런데도 여행을 계획할 때면 마음이 설렌다. 어떤 때는 걱정 때문에 설레기도 하고, 어떤 때는 기대감 때문에 설레기도 한다. 그게 걱정이든 기대이든 여행은 마음이 설렐 때 가야한다.
동남아를 비롯하여 미국, 캐나다, 일본, 동유럽, 남아공 등 많은 나라를 여행했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더 많다. 여행을 하면서 늘 깨닫게 되는 것은 우리는 ‘천국을 향하여 가는 순례자’라는 사실이다.
성경 히브리서 11장은 믿음의 선진들을 회상하며 그들이 “땅에서는 외국인과 나그네”였다고 말한다. 또한 베드로전서 2장은 그리스도인들을 “외국인과 나그네”라고 말한다.
길위의 사람 김기석 목사님은 ‘일상순례자’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는 저자의 투박한 일상과 순례자로 걸어가려고 애쓰는 결연한 믿음을 볼 수 있다. 책을 읽다가 보면 불의를 향해 노하셨던 예수님을 닮고자 하는 성직자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는 목회자이며, 문학평론가로 서울 청파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저자는 오랫동안 신문과 잡지에 글을 써오면서 무시간적인 진리를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고, 누구를 가르치거나 교화시키려는 목표도 없었다. 오직 당시의 상황이 영혼에 어떤 공명을 일으켰는지에 대해 기록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예수, 그는 우리 일상의 자리에 현존하면서 길을 가리키고, 길을 함께 걷고, 스스로 길이 됨으로써 가늠할 수 없는 크기의 선물(present)이 되었다. 예수는 언제나 질문인 동시에 대답이다. 가야 할 길을 알고 걷는 이의 발걸음은 흔들림은 있을지언정 방향을 잃는 일은 없다. 예수를 길로 삼고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마음에 든든한 지주를 세우는 일이다.”(19쪽)라고 말했다.
예수님을 길로 삼고 걸어가는 이들은 마이너리티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성도는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들이 아니라 주류적 가치로부터 자유로운 이들이다. 평화 없는 세상에 사느라 지친 이들에게 평화의 복음을 전파하고, 그들의 일상의 자리에 평화의 씨앗을 심는 이들이다.
길은 사람을 원망하지 않는다. 느긋하게 걷는 이들에게 정겨운 눈길을 던지며 앞서 걸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자박자박 발걸음 소리를 남기며 걸었던 길벗들의 온기, 나지막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순간, 우리는 인간의 흐름 속에 자연스레 섞여들게 된다.
저자는 “탄생과 죽음 사이의 외줄을 건너는 인생이 어찌 무섭지 않겠는가. 그러나 줄 너머의 길을 바라보며 발을 내딛은 이상, 굽든 좁든 주저앉아 탓하기보다는 걷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일상순례자의 숙명”(108쪽)이라고 했다.
이 책은 우리가 천국을 향하여 가는 순례길에 위로와 힘을 준다. 참된 길을 찾기 위해 이책 저책을 뒤적이며 책 속으로 저벅저벅 걸어가지만 오히려 길을 잃고 헤매 일 때가 많은데 이 책은 가이드로서 역할을 한다.